2013년 4월 20일 토요일

아파트 공용공간의 어색함






















요즘 아파트 단지들은 잘 짜여진 듯 해보여도 옛날 아파트 단지처럼 포근하거나 산책하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까스로 구색만 맞춘 듯한 조경 및 동선은 이용률이 뚝 떨어진다.  나름 몇가지 원인을 생각해보았다. 

  우선 공동주택의 관한 건축법에서 정하는 동간 이격거리에 관한 규정이 바뀌었다.  2008년 이전에는 아파트 높이(H)만큼 거리를 두어야 했다면, 야금야금 줄어들어서 요즘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에는 H/2도 안된다.(상가 윗부분만 적용) 이는 계속 높아지는 대지가격와 건축비도 이유가 되겠지만, 시공사들이 극대화된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근래 지어진 아파트에는 채광창 이격거리기준을 맞추기 위해 이리저리 건축물을 돌리고 배치한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법규를 만족시킨 후에는 용적률을 최대로 하려다보니 사람이 누리는 여유가 없어졌다. 사람 눈 높이에서 편안하게 하늘을 보기도 어려워지고, 아파트 단지를 산책코스로 삼기도 애매해졌다. 쉬어가는 곳들이나 모이는 장소와 같은 곳들은 존재하지만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제는 다들 각자의 프라이빗한 공간에서만 생활하고 이웃은 없어진 생활패턴을 갖게 되었다. 나는 이러한 개인화되버린 공동주택 문화가 우리나라의 아파트 구조에도 큰 이유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최강 땅값과 아파트값을 자랑하는 뉴욕 맨하튼의 공동주택에서도 이웃간의 교류가 빈번하다. 단순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낯을 많이 가린다고 넘어가기가 어렵다.

  또다른 원인은 건축가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광장, 마당을 비롯한 공간들을 굉장히 피상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 배치도를 본 적이 있는가? 아파트가 아니라 다른 건물들의 공용공간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름은 그림같다. 휴게마당, 쌈지마당, 어울림광장... 그런데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건축가들이  한참 리서치하고 분석해야한다고 본다.  유닛의 면적과 구조에 따라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입주할 것인지, 어떤 공간이 공용으로 요구될 수 있는지.  혹자는 우리나라의 뚜렷한 사계절탓이라 말한다. 물론 영향이 있다. 하지만, 일년내내 사람 보기가 힘든 공간보다는 한때라도 강렬하게 몰려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더 낫다고 본다. 차라리 치맥마당이 낫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조경에 조금 더 신경썼으면 하는 마음이다. 유명 건축 프로젝트 중에는 처음부터 조경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경우도 많이 있다.  남는 공간에 나무만 심는 조경이 아닌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의 마음이 담긴 그런 조경을 바란다. 예전에 독일에서 공부하신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가 자신의 조경컨셉을 설명해주신 적이 있다. 무슨 나무를 심겠다는 말은 프리젠테이션이 끝날 즈음에나 등장했다. 설명의 대부분은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느 시간에 이 공간을 즐길 수 있고, 이동하며 어떤 생각을 할 수 있고... 조금만 여유를 갖고 긴 호흡을 하게되면 그게 명품아파트가 되고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이윤의 극대화는 인간미와는 거리가 있다. 사람스러운 건축이 하고 싶다.